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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실수
아름다운 실수
순천 여행 중 작은 책방에서 구입한 그림책.
그림 그릴 때 실수를 하거나 의도대로 안 되었다고 그리던 것을 포기하거나 찢어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한 달째 붙잡고 있던 글이 도무지 맘에 안 들어서 자괴감에 버리는 일이 부지기 수.
못났다고 포기하는 것이 어디 그림이나 글뿐일까?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SNS를 하다 보면 나만 이렇게 실수를 적립하며 사는 걸까 싶지만 잘 포장된 결과에 과정이 가려져서 그런 것일뿐 대부분은 나와 마찬가지로 실수를 덧입혀가며 살아간다.
“실수를 배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실수는 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실수는 당연히 하는 것, 오히려 더 나아가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거나 활동을 할 때도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실수가 결국 실패가 되더라도 외면하지 말고, 쉽게 놓아버리지 말고 그 실패 역시 온전히 겪어내라고 한다. 겪어냄으로써 좌절을 이겨내는 마음은 자랄 것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를 배울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워서 도망가고 포기해버리면 순간적인 위안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지나고나면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 멈춰 있는 자신만 만나게 될 뿐이다.
아름다운 실수
이 그림책은 더 나아가 실수 자체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삐끗해버린 선, 번져버린 물감을 보고 속상하다가도 그 뒷장에 가면 더 멋있게 변해버린 그림에 탄성을 일으킨다. 삐끗한 선, 번진 물감, 일그러진 형상이 오히려 나뭇가지처럼 뻗쳐나가는 큰 그림의 시작이 되어준다.
위대한 발명 중에는 실수로 만들어진 것, 실패로 여겨졌던 것들이 많다. 도전을 포기하거나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크고 작은 실수들이 모여 대단한 것에 이를 수 있다. 굳이 대단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는 그 과정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