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을 읽다.

드디어 <수일이 수일이> 온작품 수업을 마무리 했습니다.

수업 마무리는 국어 10단원과 연계해 아이들이 직접 소설가가 되어 이야기를 짓기로 했습니다. 

일명 "어린이, 소설 작가가 되다."

개인적으로 "뒷 이야기 상상해서 쓰기" 활동을 싫어합니다.

창작 활동을 한다면 뒷 이야기보다 자신의 삶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작가의 의도와 인물의 설정값, 배경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엉뚱한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제대로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전형적이고 교훈적인 뻔한 이야기 만들기로 끝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일이와 수일이> 책 표현활동으로 뒷이야기 쓰기를 하기로 한 것은 

수업 아이디어 협의에서 동학년 선생님 한 분이 뒷 이야기 만들기를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뒷 이야기 상상하기 수업을 하면서 "창작" 수업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일이와 수일이> 온작품 수업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교사 독서 감상문 쓰기

언제나 그렇듯 온작품 수업을 디자인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독서 감상문 쓰기입니다. 

독서 감상문을 쓰다 보면 온작품 수업의 흐름이 잡히고, 교사가 놓치고 가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2019/06/23 - [어린이책 읽기/아동소설] - 수일이와 수일이

② 온작품 읽기 방법 결정하기

:  책 미리 읽어오기(점검표) + 책의 일부를 윤독으로 함께 읽으며 활동하기 

③ 함께 읽기 전 온작품 활동

 : 표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 나의 경험 떠올리기 

④ 삽화 그림으로 줄거리 알아보고, 인상적인 부분 이야기 나누기 

㉮ 줄거리 정리하기 (feat 삽화 그림, 복사기 ^^)

칠판에 B4 크기로 확대 복사한 삽화들을 순서를 섞어서 붙여 놓습니다.

교사가 먼저 표지를 붙인 후 아이들에게 다음 장면에 올 삽화를 골라 붙이게 합니다.

붙인 삽화에 대해 설명하게 하면 이 이야기 책 줄거리가 자연스럽게 정리됩니다. 

㉯  인상적인 부분 나누기 (feat 포스트잇)

 개인별로 인상적인 부분과 이유 포스트 잇에 쓰기 - 모둠에서 발표하기 - 모둠 대표가 정리해서 발표하기 

⑤ 1~4챕터 윤독,  등장인물에 대해 알아보기  

㉮ 등장인물 이야기하기

- 1~4챕터까지 등장한 인물들만 이야기 해보기로 했습니다. 

 수일이와 가짜 수일이, 엄마, 아빠, 덕실이 정도의 답을 예상했는데, 아이들은 민철이나 민철이의 고종사촌 종수부터 집주인 할아버지, 피아노 선생님도 찾아냅니다. 아이들은 수세미, 깝칠이, 방울이, 혜주도 적고 싶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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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활동인 '등장인물 자세히 들여다보기'를 위해 함께 찾은 인물들 중에서 비교적 중요한 등장인물과 아닌 인물을 구분해야 했습니다.  

 

㉯ 등장인물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기  ( 개별 활동 - 한 인물을 골라 모둠 활동 (모서리 토의) - 전체 발표) 

이번 온작품 활동의 최종 목표는 <뒷 이야기 만들기>, 즉 창작입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물, 배경, 사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소설의 뒷 이야기를 상상할 때는 더더욱이나 작가가 정한 소설 속 세계관과 인물의 설정값( ^^ 영화 마블, 드라마 알함브라의 궁전과 W가 생각나는군요)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연결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소설 속 사건과 배경을 정리했다면 이번에는 등장인물들이 처한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4챕터까지 읽은 후, 등장인물에 대해 정리하는 이유는 가짜 수일이가 마음을 바꾸기 전 두 수일이가 처한 상황과 입장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정리하기에 가장 적절하기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독자들은 처음에는 억지로 인간이 되어야만 했던 가짜 수일이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다가 (또는 진짜 수일이를 얄미워 하다가) 가짜 수일이가 맘을 바꿔 진짜 수일이를 쫓아내는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진짜 수일이 편을 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짜 수일이가 사람으로 살겠다고 마음을 먹기 전, 이 부분에서 각 등장인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진짜 수일이가 집에서 쫓겨나 방울이를 만나 진짜 자신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들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진짜 수일이가 사랑하지만 동시에 갈등거리를 안겨주는 엄마와 아빠의 입장에 대해서도 짚어보기 좋은 부분입니다. 

 민철이와 고종 사촌 종수는 책에서는 4~5줄 등장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의 주장으로 주요 등장인물로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비록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이 아니어서 4~5줄 안에서 가재를 잡은 것으로 끝이 나지만 아이들은 행간에 숨은 부분을 작은 단서를 이용해 상상해 냅니다. 창작 수업에서는 이런 행간을 상상하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상들이 후에 창작 활동에서 큰 영향을 줍니다. 

 가짜 수일이 (쥐)  "어느 날 일어났더니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이상한 곳으로 가라고 한다. 그래서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난다.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고 황당하다. 집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쥐 밥을 먹다가 인간 밥을 먹으니 이상하다. "

진짜 수일이   "가짜 수일이가 생기니 깜짝 놀라고 신기하고 못 믿겠다. 하지만 가짜 수일이가 생겼으니 남은 방학 6일을 실컷 놀아야지. 근데 쟤를 어떻게 쥐로 돌려 보내지? 내 DNA랑 같아. 엄마 아빠는 진짜인 나를 알아보실까? 만약 가짜 수일이가 날 쫓아내면 어떻게 하지?"

 

⑥ 8~14챕터 윤독 ; 독서 토론

 아이들 모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몇몇 챕터는 건너 뛰면서 윤독을 했습니다.

  8~14챕터는 전체 이야기의 변곡점이 되는 부분으로 갈등은 최고조로 커져갑니다. 가짜 수일이와 진짜 수일이는 가족여행 이후 입장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가짜 수일이는 오히려 진짜 수일이를 협박하고, 가짜 수일이가 인간 생활을 잘 해나가며 진짜 수일이가 설 자리는 전혀 없어집니다. 14챕터까지 읽은 후 아이들에게 진짜 수일이와 가짜 수일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이렇게 답합니다. 

 "진짜 수일이가 좀 얄미웠는데 이렇게 되니 쌤통이다. 하지만 가짜 수일이가 엄마와 동생을 가지고 협박하는 것은 너무하다. 결국에는 진짜 수일이가 자기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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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핫시팅 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앞 활동에서 충분히 인물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기 때문에 수일이가 모든 일을 꾸미게 된 발단인 "학원 문제"에 대해서 아이들과 토론을 하기로 했습니다. 학원에 대한 어린이 독자들의 입장이 정해져야 뒷이야기 속에서 수일이가 어떤 결말을 다다를지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직선 토론에서 두 명의 아이가 한 가운데에 자기 자석을 놓았습니다. 단 1cm라도 한 쪽으로 가야한다면 어느 방향을 선택할 건지 결정한 후, 딱 가운데를 기준으로 두 팀으로 나누어 모의 토론을 나눕니다. 시작하기 전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상대편을 설득하는 것"이 목적임을 강조합니다.  

토론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나의 의견과 근거적기(feat 포스터 잍)  ㉯ 돌아가며 자기 주장 펼치기 

㉰ 상대편 주장에 반론하기(feat 포스터 잍) - 답변 듣기 

㉱ 정리해서 주장 다지기

㉲ 나의 입장 다시 선택하기 

 

최종적으로 학원을 가는 것에 찬성했던 친구들 중 6명이 생각을 바꾸어 반대를 해서 13 vs 12였던 시작이  7 vs 18로 결국 초등학생이 꼭 학원을 갈 필요는 없다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간이 토론이었지만 아이들은 제법 뒷받침 자료까지 들어가며 주장했고, 핵심을 찔러 반론을 했습니다. 다음번 정식 토론은 교내 스마트폰의 사용에 대해서 라고 예고하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아이들은 토론 수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⑦ 20챕터~끝까지 윤독; 질문 만들기, 독서 토의

15~19챕터에는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어린이 독자들과 이야기 나눠볼 법한 좋은 토의 주제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가짜 수일이의 말들이 단서가 됩니다.

가짜 수일이는 가장 힘 쎈 사람이 농부라고 하며 농부가 되겠다고 합니다. 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원자폭탄보다 무서운 것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 읽은 함께 읽은 그림책 <숲을 건넌 사람들>과 관련지어 이야기해 볼 토의주제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사적인 것보다 뒷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수업에서 <수일이와 수일이>의 이 대목을 소환해 수업하면 될 것입니다. 온작품 읽기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 마음 속에 여러 생각 씨앗들을 심는 것이지요. 환경과 기후가 맞다면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당장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20챕터부터 진짜 수일이와 덕실이는 쥐로 변해 위기를 맞습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수일이는 자기 안에 있는 용기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방울이를 만나 "길들여진다는 것"과 "진짜 자신이 되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면서 어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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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서도 아이들이 이 부분을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고 결론 내렸지만 이 부분을 정확히 짚지 않으면 뒷 이야기는 제대로 마무리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문장 한 문장 아이들가 곰곰히 읽고, 방울이가 하는 말들을 ppt로 정리해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어려워 했지만 본능적으로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이제 뒷 이야기 만들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활동인 질문 만들기와 독서 토의를 할 차례입니다. 

활동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개인별 질문 만들기(3가지)- 모둠별 질문 만들기(4가지) - 다른 모둠의 질문으로 토의하고 좋은 질문 뽑기(총 6가지) 

㉯ 개인별 독서토의 준비하기(6가지 질문) - 모둠별 독서 토의하기(1가지 선택) - 전체 발표하기 

⑧ 뒷 이야기 상상하기 ( 수일이와 수일이 외전)

앞서 독서 토의에서 원없이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엉뚱한 상상도 충분히 했습니다. 이제 뒷 이야기를 상상해서 어린이 독자를 넘어 어린이 소설가가 될 차례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비가 생깁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물과 배경 사건을 묘사하는 부분과 인물 간의 대화가 이어지는 글의 형식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또래 아이들이 쓴 짧은 소설을 읽어주는 일입니다. 저는 2년 전, 4학년 아이들과 쓴 소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B4종이 3장을 반으로 접어 중철을 한 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