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읽기'에 해당되는 글 8건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샘과 데이브과 땅을 팠어요
신기한 시간표
2014-2015년도 독서록 옮김
오카다 준의 신기한 시간표_공간을 상상하라
4학년 국어 교과 문학 성취기준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구성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알아보고 인물의 성격과 인물의 행동 그리고 사건의 관련성을 짚어본다. 더 나아가 이야기를 읽고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는 것도 성취 기준의 하나이다. 또한 이야기의 앞부분을 읽고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내용도 등장한다. 사실 뒷이야기 상상하기는 여러 학년에서 독서 활동으로 이용되는데, 이 활동은 교실 수업에서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어려운 이유는 뒷 이야기를 짓기 위해서는 인물의 성격과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더 있겠지만 이번 온작품 읽기에서는 이 부분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판타지, 환상 소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장르 중 하나로, 4학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르이다.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만한 환상 소설로 <신기한 시간표>와 <백설공주~> 두 권이 있는데 그 중 <신기한 시간표>를 다루려고 한다.
<신기한 시간표>는 10개의 단편 소설을 묶어놓은 책으로, 학교를 공간적 시간적 배경으로 두고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그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경험하는 일과 감정에 마법적인 상상을 더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들과 무엇 하나 다를 바 없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며, 또 마법적 사건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이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학교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현실에서 출발한 마법적 상상은 아이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상상이라고 하면 기승전에 상관없이 엉뚱한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이 부분에서 “와우! 정말 특별한 상상력이구나.”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100% 창의적인 것은 사람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어른도 아이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좀 더 이해하고 거기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을 더해 상상력을 기르고 생각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을 할 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앞뒤가 맞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내 삶과 공간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보여줄 수 있다.
더불어 학교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돌아볼 수 있다. 각 챕터별로 아이들의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다섯 번째 안녕과 첫 번째 안녕’에서 주로 다루는 감정은 만남과 시작의 설레임이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운동장에 축구하던 정호, 현진이가 달려와 “토토로 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정문을 지나칠 때면 공벌레 관찰하던 가영이와 인사하고, 조회대에서 수다 떨던 서영이, 수연이와 인사한다. 신발장을 지나면 은지, 민지, 재경이와 만나 인사를 한다.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있으면 권희가 꼭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다. 현우도 와서 꼭 인사를 한다. 수 많은 인사를 하며 우리는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아침에 인사 나눈 친구들을 되짚어 보니 행복한 하루가 아닌가? 이 단편에서는 동물들과 “안녕” 인사를 나눈다. 우리 반 여자 아이들은 아침에 오면 전북이와 인사하고 텃밭 자기 식물들과도 “안녕” 인사를 나눈다.
두 번째, ‘타일 고양이’는 두려움, 머뭇거림 그리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겁이 많은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데 화장실조차 혼자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에서 출발해 검은 고양이와 함께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 멀리 나아간다. 어쩌면 두려움을 이겨내는데 특별한 용기나 다짐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친구가 내밀어 준 손길 하나, 함께 해주는 것이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아이들과 함께 두렵고 머뭇거렸던 기억을 끄집어 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 번째, ‘지우개 도마뱀’은 마음과 달리 표현되는 말이다. 우리는 곧잘 마음과 다른 말을 해서 후회한다. 또는 말을 하고 나서 깨닫게 되는 마음도 있다. 아이들은 ‘짜증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말을 하다보면 짜증이 풀리기 보다는 더 많은 화와 짜증이 나는 경험을 한다. 아이들이 축구나 피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경쟁을 하다보면 이기고 싶은 마음에 성을 내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을 내고 욕을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친구를 응원하는 말이 마법이 되어 더 큰 힘을 만들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건낼 수 있는 따뜻한 말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네 번째, ‘마법사 할아버지’는 낯설음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친숙한 얼굴이 있는가하면 우연하게 만난 낯선 사람들도 있다. 그 낯설음에서 오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다섯 번째, ‘카레라이스’는 위로를 건내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급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이야깃 거리가 아닌가? 각자가 좋아하는 급식 메뉴를 이야기 해보고, 우리 반에서 웃음 소리와 울음 소리가 큰 친구, 자신만의 독특한 습관을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울거나 침울한 친구에게 위로를 건내는 방법이다.
여섯 번째, ‘돌맹이’는 교실 나들이에서 장병학 선생님이 직접 읽어준 내용이다. 아이들의 착한 마음씨와 걱정, 화해라는 감정들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주인공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보고 아이들의 선택을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 화가 났던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우리 학교의 특별한 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내가 이 챕터를 읽으면서 떠올린 것은 학교 정원에 있는 돌로 만든 동물상과 은지가 주워온 물에 뜨는 가벼운 돌이다. 아이들이 화분을 받치기 위해 텃밭에서 찾은 돌도 기억이 나고, 어릴 때 선을 긋던 여러 가지 돌들도 생각난다. “평화의 돌”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곱 번째, ‘꿈꾸는 힘’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유혹에 대한 내용이다.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어둠에 맞서 목표한 과학실까지 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학교 속에서 아이들은 마주하는 유혹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질문을 던져볼 수는 있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반응이 올 지는 알 수 없다. 꿈꾸는 힘을 빼앗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와 과학실처럼 우리 학교 속 특별한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덟 번째 ‘다시 한번 달리고 싶다.’은 선생님을 위한 이야기이고 아쉬움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학교 선생님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어린 시절의 선생님을 만나 친구가 된다면, 어떤 선생님을 만나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 지 이야기 해보자.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의 어린이로 우리 반 아이들과 놀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과 경도를 하면 열심히 뛰어노는 어린이일가 아니면 친구들의 놀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어린이일까?
아홉 번째 ‘누가 치즈를 먹었을까?’ 이 단편은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화 방법이 독특하다.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선생님이 등장하지만 선생님의 말은 나오지 않는다. 전화를 받는 상대방의 말을 통해서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급식소 조리원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못된 마녀로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급식소 조리장은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이다. 작년에 아이들 사이에 귀신의 집 소문이 돌았다. 조리원 분들이 쉬는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아이들이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대개의 공포는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세 마녀를 가위 바위 보로 이기는 재치, “손보다 입”라는 쥐의 조언 역시 뒤늦게 ‘아하! 그 말이로구나.’를 외치기 하는 부분이다.
열 번째, ‘청소함’은 ‘다시 한번 달리고 싶다’와 비슷하지만 핵심은 아이들의 엉뚱한 놀이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하는 아이들만의 놀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프린들 주세요>를 읽다가 나온 백놀(백조놀이터), 나놀(나무놀이터)와 같이 아이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과 주고 받는 대화는 책에 포스터 잇으로 메모를 붙여나갈 계획이다. 지난 번 온작품 토론 수업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느낀 것, 떠오른 것을 정리해 나가야 다음 활동으로 유연하게 나갈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을 거쳐 우리 아이들만의 <행복한 시간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아이들과 이야기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시킬 친구나 선생님의 평소 성격에 어울리도록 이야기를 만들어야 개연성(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독서 전략 중 하나인 메모하기를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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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이와 수일이
이 책 수일이와 수일이는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장편 아동 문학입니다.
원작 전래동화는 “게을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부지런하고 성실해라”라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에 모티브를 딴 <수일이와 수일이>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 걸까요? 이 책을 읽는 교사는 물론 아이들도 책 속에서 각자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일이 이 책에 있어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모르는 자신들만의 세상이 있습니다. 어쩌면 "모른다"기보다는 어른들이 굳이 보지 "않는다"가 더 옳을지도 모릅니다. 이야기 속 덕실이와 방울이처럼 동물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아이들과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일이가 엄마나 아빠에게 아무리 얘기한들 어처구니없는 그저 지어낸 이야기가 될 뿐입니다. 참고로 아이들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인물은 “덕실”이 입니다. 수일이는 덕실이에게 의지하고, 실제로 위기의 수일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덕실이입니다. 마지막에는 개인 덕실이가 수일이와 더불어 쥐로 변해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덕실이가 항상 현명한 조언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읽은 빨강연필처럼 수일이의 마음을 가장 잘 읽어내는 존재이면서 수일의 약한 부분을 살살 긁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진짜로 싸울거니? 자신 없으면 가짜 수일이를 내보내” 이렇게 말입니다.
동물이 말을 하고, 둔갑술을 부리는 부분 외에도 어른들이 보지 않는 아이들 세상을 이 책은 활짝 드러냅니다. 아이들 역시 어른 못지않게 저마다 고달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수일이는 부모님이 강요하는 학원에 얽매여 제대로 놀지 못하고, 겉으로 밝아 보이기만 하던 도형이는 일을 하다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수일이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동네 불량한 아이들에게 위협을 받으며 움츠려 듭니다. 때때로 가족 공동체로부터 소외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른인 내가 보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어려움과 세상이 있을 것입니다. 교사인 나에게는 이 온작품이 아이들의 그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계기를 열어줄 것 같습니다.
“됐어. 나도 마음을 새롭게 바꿀 거야. 내 진짜 모습을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뭘 보니?”
“뭘 보는 게 아니야. 나를 생각하는 거야.”
수일이는 가슴 가득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뿜었다. 하늘이 조금 밝아진 듯했다..
“나는 진짜 수일이!”
“나는 진짜 000!”
이 책의 마지막 챕터를 보면 방울이는 수일이에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고 진짜 나를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수일이도 진자 자신이 되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도 그 마음가짐이 어떤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수일이가 가짜 수일이와 어떻게 되는 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각자 진짜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할 여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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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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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산, 당신은 당신의 작은 산을 가지고 있나요?
전쟁으로(태평양 전쟁) 아버지를 잃은 청년은 모든 것이 부서지고 사라진 도시에서 소년 시절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 ‘나의 작은 산’을 떠올린다. 삼나무 숲을 지나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 시골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듬직한 동백나무와 밝은 햇살이 비쳐 반짝거리는 숲, 머위 향이 가득한 맑은 샘 그리고 신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이 작은 산은 소년에게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자유로우며 안전한 장소였다.
어린 시절의 약속대로 ‘나의 작은 산’으로 되돌아온 청년은 작은 산의 진짜 주인이자 신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기도 한 작은 도사(코로보쿠루)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의 믿을 수 있는 친구이자 든든한 아군이 된다.
그리고 청년과 작은 산의 작은 역사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작은 도사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 주변에서 살아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작은 도사들이 인간들이 눈치챌만한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먼 옛날에는 지금보다 훨씬 느긋하고 훨씬 즐겁게 살았어. 인간을 무서워하지도 않았지.”
꼬마 도사들을 작은 산 속 땅 밑으로 몰아넣은 것은 난폭하고 욕심 많은 인간들이었다. 많은 돈을 벌 구경거리로 삼기 위해 덫을 놓고 작은 도사들을 붙잡으려 했다. 그때부터 작은 도사들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꼬마 도사들의 터전인 작은 산을 위협하는 인간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작은 도사들은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들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람을 골라 아군 또는 친구로 삼기로 한다.
그렇게 작은 도사들에게 아군으로 선택된 청년(이후 키다리씨)은 작은 도사들의 조상이자 아이누족 전설로 내려오는 ‘코로보쿠루’에 대해 알아내고, 작은 도사들(이후 코로보쿠루)과 <화살표 끝의 코로보쿠루 작은 나라>를 세운다. 나라 이름과 함께 국기와 지도를 만들고, 학교를 세워 글을 가르치고 코로보쿠루 나라에 닥친 사건들을 해결하며 그들의 역사를 기록한다. 그 기록들이 우리가 읽고 있는 이 이야기, 모든 것인 작은 코로보쿠루 시리즈의 사초(史草)가 된다.
어린 시절 자신의 산을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민첩하고 지혜로운 작은 친구들은 아니더라도 상상 속 비밀 친구들과 함께 이불을 덮어쓴 책상이나 농장을 작은 산 삼아 놀았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궁무진한 모험이 펼쳐지지만 두려움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나의 세상. 어른이 된 후에도 그 세상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메말라가는 우리를 위로한다. 마음 속 작은 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키다리 씨가 되어 이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을 계획이라면 적어도 5학년 이상의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이 좋다. 1편, <아무도 모르는 작은 나라 이야기>로 시작해 적어도 3편까지 이어서 읽기를 권한다. 아이들은 1권보다 2권을 더 재미있어 한다. 1권이 이야기의 시작에 해당되는 '발단' 부분이라면, 2,3권은 코로보쿠루들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사건이 벌어지는 '전개, 절정' 부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다만, 논장에서 출판된 이 시리즈는 현재 대부분 절판이 된 상태라 책을 구하기 어렵다. 한 두 권이라면 구할 수 있으니, 아침 독서 시간 등을 이용해 한 학기나 일 년 동안 꾸준히 교사가 이야기 들려주듯 조금씩 읽어주는 것은 어떨까?
1권을 처음 읽었을 때, 작가가 묘사하는 작은 산 주변이나 시골 마을이 머릿 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다. (두 번째 읽으니 좀 감이 잡혔다.) 삽화를 참고하거나 아이들이 생각하는 작은 산을 그려서 함께 감사하는 것도 좋겠다. 이 책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가 이 책을 읽고 목공 활동과 연계해 코로보쿠루의 집이 들어간 벽시계를 만드는 수업을 발견했다. 좋은 아이디어인데, 적어도 이 활동을 하겠다면 2권, <콩 알만 한 작은 개>까지는 읽고 하는 것이 더 좋겠다.
이 시리즈는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책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서 올릴 계획이다. 다만 이 책은 각 권이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순서대로 읽는 것이 재미있다. 5권까지 읽어보면, 액자 구성의 전개를 통해 독자인 ‘내’가 책 속 세상의 일부가 되는 듯한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고개를 돌려 어딘가 숨어서 지켜보는 코로보쿠루를 찾게 될지도...
플레이볼
플레이볼_잘 지는 법을 배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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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의 말씀
천만의 말씀 /스즈키 노리타케/ 북뱅키/ 그림책
“나는 코뿔소의 멋진 갑옷이 부러워.
코뿔소는 깡충깡충 뛰는 토끼다 부럽대.
토끼는 바닷속을 스르르 헤엄치는
고래가 부럽대.
고래는 목이 긴 기린이 부럽대.
그러면 가장 강한 사자는 누가 부러울까?
누구나 자기에게 없는 건 잘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힘든 게 있는 법.
그래도 좋아하는 거 하나쯤은 있잖아?
나는 나라서 좋아!
너는 너라서 멋져!”
자기가 가진 것은 보지 못하고 막연히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이 더 크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들려주어야 하는 책이다.
수업. 아이들과 낭독극이나 연극으로 꾸미기 좋은 그림책이기도 하다.
- 동물에 어울리는 목소리
- 동물의 상황에 어울리는 표정과 말투
- 관객이 좀 더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동작하기
- 장면 더하기
- “천만의 말씀” 극의 반전을 주는 대사 느낌 있게 살리기
- 간단한 소도구로 장면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 학급 아이들이 전부 역할을 하나씩 맡을 수 있음
- 등장인물: 아이, 코뿔소, 토끼, 고래, 기린 3마리, 새, 고양이 여러 마리, 사자, 암컷 사자, 얼룩말 여러 마리, 엄마, 다른 어린이, 배경, 연출, 시나리오, 음향, 소도구, 분장
아름다운 실수
아름다운 실수
순천 여행 중 작은 책방에서 구입한 그림책.
그림 그릴 때 실수를 하거나 의도대로 안 되었다고 그리던 것을 포기하거나 찢어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한 달째 붙잡고 있던 글이 도무지 맘에 안 들어서 자괴감에 버리는 일이 부지기 수.
못났다고 포기하는 것이 어디 그림이나 글뿐일까?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SNS를 하다 보면 나만 이렇게 실수를 적립하며 사는 걸까 싶지만 잘 포장된 결과에 과정이 가려져서 그런 것일뿐 대부분은 나와 마찬가지로 실수를 덧입혀가며 살아간다.
“실수를 배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실수는 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것이다. 실수는 당연히 하는 것, 오히려 더 나아가기 위한 배움의 과정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거나 활동을 할 때도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실수가 결국 실패가 되더라도 외면하지 말고, 쉽게 놓아버리지 말고 그 실패 역시 온전히 겪어내라고 한다. 겪어냄으로써 좌절을 이겨내는 마음은 자랄 것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지혜를 배울 것이기 때문이다. 두려워서 도망가고 포기해버리면 순간적인 위안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지나고나면 쳇바퀴 돌 듯 제자리에 멈춰 있는 자신만 만나게 될 뿐이다.
아름다운 실수
이 그림책은 더 나아가 실수 자체가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한다. 삐끗해버린 선, 번져버린 물감을 보고 속상하다가도 그 뒷장에 가면 더 멋있게 변해버린 그림에 탄성을 일으킨다. 삐끗한 선, 번진 물감, 일그러진 형상이 오히려 나뭇가지처럼 뻗쳐나가는 큰 그림의 시작이 되어준다.
위대한 발명 중에는 실수로 만들어진 것, 실패로 여겨졌던 것들이 많다. 도전을 포기하거나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크고 작은 실수들이 모여 대단한 것에 이를 수 있다. 굳이 대단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세상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 사실이고, 우리는 그 과정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