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읽기/아동소설

수일이와 수일이

이 책 수일이와 수일이는 전래동화 <손톱 먹은 들쥐>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장편 아동 문학입니다.

원작 전래동화는 게을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지 말고, 부지런하고 성실해라라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야기에 모티브를 딴 <수일이와 수일이>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 걸까요? 이 책을 읽는 교사는 물론 아이들도 책 속에서 각자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일이 이 책에 있어서 중요한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이 모르는 자신들만의 세상이 있습니다. 어쩌면 "모른다"기보다는 어른들이 굳이 보지 "않는다"가 더 옳을지도 모릅니다. 이야기 속 덕실이와 방울이처럼 동물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가 있고 아이들과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수일이가 엄마나 아빠에게 아무리 얘기한들 어처구니없는 그저 지어낸 이야기가 될 뿐입니다. 참고로 아이들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인물은 덕실이 입니다. 수일이는 덕실이에게 의지하고, 실제로 위기의 수일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돕는 것도 덕실이입니다. 마지막에는 개인 덕실이가 수일이와 더불어 쥐로 변해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덕실이가 항상 현명한 조언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읽은 빨강연필처럼 수일이의 마음을 가장 잘 읽어내는 존재이면서 수일의 약한 부분을 살살 긁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진짜로 싸울거니? 자신 없으면 가짜 수일이를 내보내이렇게 말입니다.

  동물이 말을 하고, 둔갑술을 부리는 부분 외에도 어른들이 보지 않는 아이들 세상을 이 책은 활짝 드러냅니다. 아이들 역시 어른 못지않게 저마다 고달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수일이는 부모님이 강요하는 학원에 얽매여 제대로 놀지 못하고, 겉으로 밝아 보이기만 하던 도형이는 일을 하다 다쳐서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가 있습니다. 수일이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며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동네 불량한 아이들에게 위협을 받으며 움츠려 듭니다. 때때로 가족 공동체로부터 소외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른인 내가 보지 못하는 자신들만의 어려움과 세상이 있을 것입니다. 교사인 나에게는 이 온작품이 아이들의 그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계기를 열어줄 것 같습니다.

됐어. 나도 마음을 새롭게 바꿀 거야. 내 진짜 모습을 잃어버리면 안되니까!”

뭘 보니?”

뭘 보는 게 아니야. 나를 생각하는 거야.”

수일이는 가슴 가득히 숨을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뿜었다. 하늘이 조금 밝아진 듯했다..

나는 진짜 수일이!”

나는 진짜 000!”

이 책의 마지막 챕터를 보면 방울이는 수일이에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고 진짜 나를 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수일이도 진자 자신이 되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어도 그 마음가짐이 어떤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수일이가 가짜 수일이와 어떻게 되는 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각자 진짜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할 여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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