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시간표
2014-2015년도 독서록 옮김
오카다 준의 신기한 시간표_공간을 상상하라
4학년 국어 교과 문학 성취기준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구성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알아보고 인물의 성격과 인물의 행동 그리고 사건의 관련성을 짚어본다. 더 나아가 이야기를 읽고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는 것도 성취 기준의 하나이다. 또한 이야기의 앞부분을 읽고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내용도 등장한다. 사실 뒷이야기 상상하기는 여러 학년에서 독서 활동으로 이용되는데, 이 활동은 교실 수업에서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어려운 이유는 뒷 이야기를 짓기 위해서는 인물의 성격과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더 있겠지만 이번 온작품 읽기에서는 이 부분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판타지, 환상 소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장르 중 하나로, 4학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르이다.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만한 환상 소설로 <신기한 시간표>와 <백설공주~> 두 권이 있는데 그 중 <신기한 시간표>를 다루려고 한다.
<신기한 시간표>는 10개의 단편 소설을 묶어놓은 책으로, 학교를 공간적 시간적 배경으로 두고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그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자주 경험하는 일과 감정에 마법적인 상상을 더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이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들과 무엇 하나 다를 바 없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며, 또 마법적 사건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이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학교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현실에서 출발한 마법적 상상은 아이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상상이라고 하면 기승전에 상관없이 엉뚱한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이 부분에서 “와우! 정말 특별한 상상력이구나.”하고 탄성을 자아낸다.
100% 창의적인 것은 사람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어른도 아이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좀 더 이해하고 거기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생각을 더해 상상력을 기르고 생각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드는 활동을 할 때,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으로 앞뒤가 맞지 않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도 내 삶과 공간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이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보여줄 수 있다.
더불어 학교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다양한 감정을 돌아볼 수 있다. 각 챕터별로 아이들의 학교에서 느끼는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다섯 번째 안녕과 첫 번째 안녕’에서 주로 다루는 감정은 만남과 시작의 설레임이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운동장에 축구하던 정호, 현진이가 달려와 “토토로 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정문을 지나칠 때면 공벌레 관찰하던 가영이와 인사하고, 조회대에서 수다 떨던 서영이, 수연이와 인사한다. 신발장을 지나면 은지, 민지, 재경이와 만나 인사를 한다.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있으면 권희가 꼭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한다. 현우도 와서 꼭 인사를 한다. 수 많은 인사를 하며 우리는 하루를 시작한다. 이렇게 아침에 인사 나눈 친구들을 되짚어 보니 행복한 하루가 아닌가? 이 단편에서는 동물들과 “안녕” 인사를 나눈다. 우리 반 여자 아이들은 아침에 오면 전북이와 인사하고 텃밭 자기 식물들과도 “안녕” 인사를 나눈다.
두 번째, ‘타일 고양이’는 두려움, 머뭇거림 그리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겁이 많은 여자 아이가 주인공인데 화장실조차 혼자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색에서 출발해 검은 고양이와 함께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 멀리 나아간다. 어쩌면 두려움을 이겨내는데 특별한 용기나 다짐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친구가 내밀어 준 손길 하나, 함께 해주는 것이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아이들과 함께 두렵고 머뭇거렸던 기억을 끄집어 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 번째, ‘지우개 도마뱀’은 마음과 달리 표현되는 말이다. 우리는 곧잘 마음과 다른 말을 해서 후회한다. 또는 말을 하고 나서 깨닫게 되는 마음도 있다. 아이들은 ‘짜증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말을 하다보면 짜증이 풀리기 보다는 더 많은 화와 짜증이 나는 경험을 한다. 아이들이 축구나 피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경쟁을 하다보면 이기고 싶은 마음에 성을 내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을 내고 욕을 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친구를 응원하는 말이 마법이 되어 더 큰 힘을 만들기도 한다. 친구들에게 건낼 수 있는 따뜻한 말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네 번째, ‘마법사 할아버지’는 낯설음에 대한 이야기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 친숙한 얼굴이 있는가하면 우연하게 만난 낯선 사람들도 있다. 그 낯설음에서 오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다섯 번째, ‘카레라이스’는 위로를 건내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급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이야깃 거리가 아닌가? 각자가 좋아하는 급식 메뉴를 이야기 해보고, 우리 반에서 웃음 소리와 울음 소리가 큰 친구, 자신만의 독특한 습관을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울거나 침울한 친구에게 위로를 건내는 방법이다.
여섯 번째, ‘돌맹이’는 교실 나들이에서 장병학 선생님이 직접 읽어준 내용이다. 아이들의 착한 마음씨와 걱정, 화해라는 감정들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주인공의 입장에서 마음을 헤아려보고 아이들의 선택을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 화가 났던 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우리 학교의 특별한 돌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내가 이 챕터를 읽으면서 떠올린 것은 학교 정원에 있는 돌로 만든 동물상과 은지가 주워온 물에 뜨는 가벼운 돌이다. 아이들이 화분을 받치기 위해 텃밭에서 찾은 돌도 기억이 나고, 어릴 때 선을 긋던 여러 가지 돌들도 생각난다. “평화의 돌”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읽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곱 번째, ‘꿈꾸는 힘’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유혹에 대한 내용이다.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어둠에 맞서 목표한 과학실까지 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학교 속에서 아이들은 마주하는 유혹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질문을 던져볼 수는 있지만 아이들이 어느 정도 반응이 올 지는 알 수 없다. 꿈꾸는 힘을 빼앗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와 과학실처럼 우리 학교 속 특별한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겠다.
여덟 번째 ‘다시 한번 달리고 싶다.’은 선생님을 위한 이야기이고 아쉬움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학교 선생님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어린 시절의 선생님을 만나 친구가 된다면, 어떤 선생님을 만나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 지 이야기 해보자. 과연 나는 어떤 모습의 어린이로 우리 반 아이들과 놀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과 경도를 하면 열심히 뛰어노는 어린이일가 아니면 친구들의 놀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어린이일까?
아홉 번째 ‘누가 치즈를 먹었을까?’ 이 단편은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화 방법이 독특하다.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선생님이 등장하지만 선생님의 말은 나오지 않는다. 전화를 받는 상대방의 말을 통해서 선생님이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급식소 조리원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못된 마녀로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급식소 조리장은 아이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이다. 작년에 아이들 사이에 귀신의 집 소문이 돌았다. 조리원 분들이 쉬는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아이들이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난 것이다. 대개의 공포는 잘 알지 못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세 마녀를 가위 바위 보로 이기는 재치, “손보다 입”라는 쥐의 조언 역시 뒤늦게 ‘아하! 그 말이로구나.’를 외치기 하는 부분이다.
열 번째, ‘청소함’은 ‘다시 한번 달리고 싶다’와 비슷하지만 핵심은 아이들의 엉뚱한 놀이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하는 아이들만의 놀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프린들 주세요>를 읽다가 나온 백놀(백조놀이터), 나놀(나무놀이터)와 같이 아이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다.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과 주고 받는 대화는 책에 포스터 잇으로 메모를 붙여나갈 계획이다. 지난 번 온작품 토론 수업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느낀 것, 떠오른 것을 정리해 나가야 다음 활동으로 유연하게 나갈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으는 과정을 거쳐 우리 아이들만의 <행복한 시간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아이들과 이야기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등장시킬 친구나 선생님의 평소 성격에 어울리도록 이야기를 만들어야 개연성(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독서 전략 중 하나인 메모하기를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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